[인터뷰]’산타 할머니’로 통하는 조윤숙 김포아이사랑센터장-경인일보

조윤숙 김포아이사랑센터장은 “센터 활동 초기에는 정치적인 재기의 발판으로 오인하는 시선이 가장 힘들었으나 지금은 많은 분이 진심을 알아 주신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5년간 15억 넘는 외부 민간후원 연결
의식주·의료·물품 등 다양하게 지원
괴롭힘당한 다문화 여학생 보듬기도
행정의 힘이 미치지 않는 소외아동들의 등대로 지난 2014년 10월부터 사회사업을 펼쳐온 ‘김포아이사랑센터’ 사무실은 잘 정돈된 창고 느낌이었다.
시민들의 풀뿌리 기부물품이 빽빽하게 채워진 이곳에서 조윤숙(61·여) 센터장은 지금껏 15억원이 넘는 외부 민간후원을 김포지역 아이들에 연결해줬다.
센터가 하는 일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긴급구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거나 사안에 따라 의료나 특정 물품을 지원하는 등 발굴하기 나름이다.
지난달 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속옷 차림으로 탈출한 남고생에게 교복을 마련해준 게 대표적이다.
전직 김포시의원인 조 센터장은 이제 산타할머니로 통한다. 매년 추진하는 산타원정대는 지역사회의 중요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불의의 추락사고로 의식을 잃고 누워만 지내던 초등학교 4학년 다문화 남학생은 2014년 센터에서 연결한 의료지원을 받고 세 차례 수술에 성공, 2년 뒤 산타원정대 행사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아빠와 함께 깜짝 등장해 조 센터장을 눈물짓게 했다.
2016년 겨울 고촌읍 향산리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은 산타원정대에 “따뜻한 물로 씻고 싶다”는 소원을 말했다가 방 두 칸 주거지를 선물로 받았다.
조 센터장은 “이사하던 날 아이가 화장실 물을 틀어놓고 ‘물 내려가는 소리가 음악 같다’고 하더라.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누려온 게 아이에게는 절실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조 센터장은 “아이들에게는 물질적인 선물보다도 바르게 클수 있도록 교육·주거·가정문제 등을 해결해주는 게 중요하다. 포기하지 않고 비뚤어지지 않게 어른들이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최근 또래들로부터 집단 협박과 모욕을 당한 다문화여고생의 병실에 가장 먼저 달려갔다.
지난해 말 플랜코리아의 제안을 받은 센터의 주선으로 여고생이 머무는 시설에 유명연예인이 주거환경개선 봉사활동을 왔었다.
이 연예인은 피해여고생의 뉴스를 우연히 접하고 연락을 해왔으며, 플랜코리아는 법률지원을 하기로 했다.
피해여고생은 조 센터장에게 ‘멘토로 삼고 싶다’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조 센터장은 “내 아이가 아닌, 우리의 아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어떤 아이도 버림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이 다문화소녀의 ‘빽’이 돼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